정부, 상법 개정안에 경영계 우려 반영할 것

한국경제인협회가 회장단의 외연을 확대해 기존 12명에서 15명으로 늘렸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기념 촬영하는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왼쪽부터), 이장한 종근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가 회장단의 외연을 확대해 기존 12명에서 15명으로 늘렸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기념 촬영하는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왼쪽부터), 이장한 종근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를 비롯하 우리나라의 8개 경제단체가 ‘상법 개정안’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독립이사제’ 등에 대한 공동건의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물론, 집중 투표제 의무화와 독립이사제 등이 한국 증권시장과 기업 밸류업을 유도하기보다 단기 투자 세력의 경영권 침해 문턱만 낮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영계의 판단이다.

한경협 등 8개 경제단체는 이러한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에 대한 건의서를 국회와 정부에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해당 법안들은 국회 법세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등 등에 상정돼 심사 중이다.

실제로 이사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은 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달까지 14건이 발의됐다. 정무위에도 ‘상장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올라온 상태다.

개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이사를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를 의무 실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감사위원을 모두 분리 선출하도록 하고 독립이사제 도입 등 이사회 구성 방식을 강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있다.

◆경영계,  ‘기업 지배구조 족쇄법’

이에 대해, 경영계는 “해당 법안들이 ‘기업 지배구조 족쇄법’과 같다”고 평가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개인 투자자 보호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분석이다.

한경협 등 8개 단체는 건의서에서 “법안이 최대주주 경영 권한을 위축시키는 내용 위주로 설계됐다”면서 “최대주주가 아닌 2·3대 주주 입맛에 맞는 이사회가 구성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주총에서 이사를 뽑을 때 집중투표제를 강제하고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선출하는 내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를 뽑을 때 1주당 선임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특히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선출하면 투기 세력에 유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이 SK를 공격해 약 1조원의 단기차익을 거두고 한국에서 철수했다”며 “법안이 현실화하면 투기 자본 경영권 공격이 기승을 부리고 국부 유출이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문제다. 경영계는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면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경영계는 “이사 충실 의무를 늘리는 법안은 소수 주주 권한을 강화하기보다 기업 경영권만 위축할 우려가 있다”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에 대해 권고적 주주제안을 확대하는 내용,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전자주총을 병행 개최하는 내용 등은 과연 소수주주에 실질적 혜택을 줄지 의문”이라고 겅조했다.

8개 단체는 “이사 충실 의무가 확대되면 소송이 남발돼 기업이 신산업 진출, 인수합병(M&A), 투자 집행에 차질을 빚고 자금 조달이 위축될 수 있다”며 “행동주의펀드가 (주총장에서) ESG 주주제안을 악용해 기업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 상법 개정안에 경영계 우려 반영할 것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에 대해 “재계 우려를 완화하면서도 주주를 실효성 있게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정부 입장을 정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총리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지난주까지 31개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며 “주요 대기업도 공시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업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최 부총리는 “충남대에 가서 학생들과 얘기해보니 굉장히 민감한 질문을 하더라”며 “많은 투자자가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걸 부분적으로 보완한다는 게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대해 의구심이 더욱 생겼다”며 “금투세는 시행하지 않고 주식시장 관련 여러 과세 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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