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데블스 플랜2’ 세트 비짓
정종연 PD “야망의 그릇 다 달라”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천지 사방 모니터가 즐비하다. 이 모두가 출연진을 ‘촬영’ 내지 ‘감시’하기 위한 모니터다. 현장을 총괄 및 지휘하는 이 방의 이름은 ‘콘솔룸’. 세트장 공개일 기준, 지난 일주일 동안 이곳서 얼마나 많은 지시와 활발한 논의가 오갔을지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이곳은 넷플릭스 거대 자본이 투입된 ‘데블스 플랜2’ 촬영장이다.

“솔직히 얘기해 사람을 안 놓치는 것에 바빠 그런 생각할 틈은 없어요. 그런데 ‘아, 내가 지금 엄청 재밌고 특이한 위치에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은 있죠. 바로 귓속말하는 걸 들을 때예요. 그들은 비밀로 하고 싶은 이야기인데 저한테는 비밀이 없기 때문에, 그럴 때 제가 뭐라도 된 것 같은?(웃음) ‘나한테는 다 들리네?’ 싶고, 좀 짜릿하고, 아무튼 재밌습니다.”

이곳의 지휘자인 정종연 PD는 최근 경기 파주시 스튜디오 유지니아에서 열린 세트 비짓에서 그를 영화 ‘트루먼 쇼’의 배우 에드 해리스로 지칭하자 이런 속내를 내비쳤다.

앤드류 니콜이 각본을, 피터 위어가 연출을 맡은 이 영화에서 해리스는 달에서도 보인다는 초거대 세트장 시헤이븐의 총책임자 크리스토프 역을 맡았다. 그는 세트장 천장에 있는 인공 달 뒤편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본다. 그러고는 생각한다. 이곳은 주인공 트루먼을 위한 천국이라고.

‘데블스 플랜2’의 경우 ENG와 거치형을 모두 합해 약 150대의 카메라를 사용 중이다. 정 PD는 “시즌1 때는 600평짜리 스튜디오를 빌려서 했는데, 여기는 1000평이다. 절대 수치로는 1.8배 커졌다”며 “기획에 6~7개월, 공사 기간은 8주 정도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 시리즈는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가 6박 7일간 합숙하며, 과연 누가 최고의 두뇌인가를 가리는 프로그램. 특히 인간이 어디까지 치열해질 수 있는지 ‘천태만상 인간 세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시즌1은 넷플릭스 ‘오늘의 대한민국 톱 10 시리즈 1위’를 비롯, ‘글로벌 톱 10 TV쇼(비영어) 부문 3위’를 달성했다.

정 PD는 “이번 시즌은 플레이어가 12명에서 14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또한 “두뇌 능력뿐 아니라 개개의 성격 분포에도 신경을 썼다. 순종적인 사람, 공격적인 사람, 이처럼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했다.

“꼭 우승하지 않더라도 게임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는 사람, 우승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사람, 저는 그게 야망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생각해요. 그 야망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어디서는 양보할 수 있는지, 그릇이 다 다르달까요? 이번에 그런 걸 진짜 많이 느꼈어요.”

시즌2 출연진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정 PD는 누가 출연하냐는 물음에 만약 공개될 경우 어떤 게임이 새로 추가됐는지 등 여러 추측이 가능해진다며 2025년 론칭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처럼 잘되면 좋겠지만, 그걸 늘 머릿속 담고 사는 건 아니다. 다음에 시즌을 또 하는 것 정도가 목표”라며 “넷플릭스에서 부디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사회성을 또렷이 발휘했다.

파주=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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