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공시 전부터 거래량 폭증
주식시장, 공개매수로 지분확보 전략 변경 감지 못해
김동선 부사장의 장악력에도 문제가 될 듯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 가운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 가운데).

한화갤러리아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이 544억원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선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런데 한화갤러리아 주가가 공개매수 발표 전에 거래량이 폭증해 미공개 정보 유출과 이에 따른 내부자 거래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한화갤러리아, 대규모 공개매수 공시로 주가 폭등

한화갤러리아는 23일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 김 부사장이 이날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한화갤러리아 보통주를 3400만주(지분율 17.54%)를 주당 1600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공개 매수가격은 최근 1개월 종가 평균인 1190원보다 약 34% 높은 것이고, 전날 종가 1303원과 비교하면 약 23% 비싼 가격이다. 최근 3년 이내 이뤄진 공개매수 사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개장과 함께 15% 이상 폭등한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공개매수 발표가 있기 전부터 한화갤러리아 주식은 이상 거래가 감지됐다는 점이다. 공시가 나오기 하루 전인 22일 거래량이 189만주에 달했다. 이는 평소의 거래량과 비교해 2배에서 5배 많은 수준이다.

이상 거래가 감지된 것은 2분기 실적을 공시한 8월 14일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화갤러리아는 2분기에 연결기준 44억8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 전인 작년 2분기 39억5100만원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매출 역시 1263억18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0.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악재성 공시에도 불구하고 14일 당일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5.7%가 오르고 거래량은 354만 주로 폭증했다.

◆ 김 부사장, 지분 확보 전략 ‘티끌 모으기’에서 공개매수로 갑자기 바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사진=한화그룹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 사진=한화그룹

김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은 진즉부터 있었다. 실제로 김 부사장은 작년 4월 5만 주를 장내에서 매입한 데 이어 올해 5월까지 무려 137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입해 왔다. 이를 통해 지분율을 높여 2대 주주로 올라섰지만, 지분율은 2.32%에 불과해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시장에서는 김 부사장이 지분 확대에 나서더라도 이전처럼 시장을 통해 조금씩 사서 모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의 예상을 깨는 대규모 공개매수로 돌아선 것이 대형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더구나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시장에 유통되는 한화갤러리아 지분은 60%에서 42.5%로 줄어들어 장기적인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주식 불공정 거래의 70%는 미공개 정보 이용한 내부자 거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팔아서 시세 차익을 거두는 내부자 거래는 자본시장을 뒤흔드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것을 보면 매년 적발되는 주식 불공정 거래 가운데 70% 이상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미리 취득해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회피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파악해 본인이 직접 또는 친인척·지인에게 저가 매입하게 한 뒤 차익을 챙기는 사례다.

금융당국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를 중범죄로 보고 배상책임과 함께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허물고 공정경쟁을 해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자 거래는 사전 감시가 불가능하고 혐의를 입증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내부자 거래 범죄가 계속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내부자 거래로 적발되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이고 훨씬 더 많은 내부자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추측이다.

◆ 내부자 거래 여부 김 부사장이 직접 챙겨야

김동선 부사장은 최근 본부장에서 ‘미래비전총괄’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한화그룹의 유통·리조트 사업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이번 한화갤러리아 주식의 공개매수도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책임 경영의 고삐를 죄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시작이 내부정보 유출로 인한 내부자 거래라면 두고두고 김 부사장에게 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증권 당국도 마땅히 미정보 유출과 내부자 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겠지만 김 부사장 자신이 측근 단속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공개매수의 정보를 알았을 사람은 김 부사장을 포함해 몇 명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김 부사장이 믿는 측근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누군가가 정보를 유출했거나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직접, 또는 친인척이나 지인에게 알려 주식을 매수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김 부사장이 직접 나서서 내부자 거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측근을 곁에 두고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김 부사장에게도 큰 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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