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배경의 오픈월드 슈팅 RPG
베타 감안해도 동종 최신작 대비 완성도 부족
이도 저도 아닌 방향성 확립하는 게 급선무

엔에이치엔(NHN)의 신작 게임 ‘다키스트 데이즈’가 오늘(25일)부터 2차 비공개 테스트(CBT)에 돌입한다. 이에 앞선 19일 판교 사옥에서 진행된 미디어 시연회를 통해 게임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었다.

NHN은 한때 유력 게임 포털 ‘한게임’을 운영하며 국내 게임 시장을 호령하던 ‘원조 3N’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에는 웹보드·캐주얼 장르 게임 개발에만 치중해오고, 대신 클라우드와 핀테크 등 기술 기업으로서의 역량 강화에 힘을 실어 왔다.

그랬던 NHN이 모태 사업인 게임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정우진 대표가 이러한 새 청사진을 밝힌 후 처음으로 출시하는 미드코어(하드코어와 캐주얼의 사이) 게임이 바로 다키스트 데이즈인지라, 업계에서도 이 게임에 적잖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쉬었던 걸까. 직접 플레이해 본 다키스트 데이즈는 베타 테스트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평가를 내리긴 어려웠던 게임이다. 2024년 시장에 연달아 나오고 있는 유사 장르 게임들과 비교할 때 강점이나 차별성이 현저하게 부족했다.

다키스트 데이즈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황폐해진 세상을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기반 슈팅 RPG(역할수행게임)다. 이용자들은 PVE(이용자 대 환경)와 PVP(이용자 간 대결) 콘텐츠가 공존하는 월드를 자유롭게 탐험하면서 생존자를 영입하며 자신만의 ‘쉘터’를 넓혀가게 된다.

게임의 핵심 재미는 파밍이다. 그런데 부족한 조작감이 이러한 파밍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제법 나쁘지 않은 타격감과는 별개로 조준-격발-명중까지의 과정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다.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상자 열기’ 등 상호작용도 조작감이 매끄럽지 않은 건 매한가지였다. 이 모두가 아쉬운 최적화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인다.

모바일에서 체감되는 피로도는 높은 편이었다. 특히 글씨체 등 이용자 인터페이스(UI)는 가시성 및 직관성이 떨어졌다. 시연 내내 눈이 아프다고 느낀 건 기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호흡이 긴 장르 특성상 이러한 문제점은 치명적이다.

테스트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최적화와 조작감은 차치하더라도 게임의 근본적인 방향성부터 애매모호하다. 지난 미디어 시연회에서 NHN 측은 “개발 과정에서 방향성이 바뀌며 25종에 달하는 근접무기의 의미가 낮아졌고, 활용도를 새롭게 고안하고 있다”라는 속사정을 밝힌 바 있다.

동일한 콘텐츠를 각각 모바일과 PC 디바이스에서 플레이하는 모습. 비록 이번 테스트는 모바일에서만 체험 가능하나 미디어 시연 현장에서는 PC 플레이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UI 등 모바일에서 문제 되는 부분 상당수가 PC에선 낫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 PVP가 인게임 주요 콘텐츠인 만큼, 디바이스별 플레이 환경 및 밸런스를 잡아내는 것도 숙제가 될 전망이다.
동일한 콘텐츠를 각각 모바일과 PC 디바이스에서 플레이하는 모습. 비록 이번 테스트는 모바일에서만 체험 가능하나 미디어 시연 현장에서는 PC 플레이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UI 등 모바일에서 문제 되는 부분 상당수가 PC에선 낫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 PVP가 인게임 주요 콘텐츠인 만큼, 디바이스별 플레이 환경 및 밸런스 격차를 줄어내는 것도 숙제가 될 전망이다.

개발 과정에서 방향성이 바뀌는 건 매우 흔한 일이긴 하다. 그런데 플레이한 유저가 이를 체감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시원하게 좀비를 학살하는 재미에 초점을 맞출지, 아니면 루트슈터 요소인 파밍과 반복 플레이에 강점을 둘지, 그것도 아니라면 최근 유행하는 익스트랙션 장르를 확실하게 구현할지. 다키스트 데이즈는 이 모든 걸 무리하게 가져가려 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넓지만 그만큼 얕다.

장르와 출시 시기상 넷이즈게임즈 ‘원스 휴먼’, 넥슨게임즈 ‘퍼스트 디센던트’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두 게임의 개발 기간 역시 5년으로 다키스트 데이즈와 비슷하다.

두 게임이 아닌 다키스트 데이즈를 플레이해야 할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말하자니 찾기 어렵다. 비단 신작이 아니라 과거 출시됐던 ‘언던’이나 ‘라이프애프터’와 비교해도 그렇다. 다키스트 데이즈만의 강점을 발현하고 강화하는 게 NHN의 급선무 과제다.

다행인 건 아직 베타 테스트다. 개선의 기회가 열려있다. NHN의 새 출발이라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아직 다키스트 데이즈는 갈 길이 멀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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