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북경한미·코리그룹 부당내부거래 의혹 조사”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을 매듭지기 위해서다.

송 회장은 8일 한미약품그룹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최근 자신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 일부를 매수하고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맺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대해 “대승적 결단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신 회장과 맺은 약정과 관련해 “(한미그룹 창업주인) 임성기 선대 회장의 뜻을 가장 잘 아는 두 대주주가 힘을 합치겠다는 결정”이라며 “한미 지분을 해외펀드에 매각해 한미 정체성을 잃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게 저의 확고한 신념이자 선대 회장의 뜻을 지키는 길이었고 이를 위해 저와 신 회장이 찾은 최선의 방안이 이번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가야 한다고 선대 회장은 누누이 말했다”며 “최근 신 회장도 이 방향이 맞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은 신 회장에 대해 "가족과도 같은 분"이라며 입장문에서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신회장이 “한미도 지키고 대주주 가족도 지키는 쪽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고 전하며 “석 달 전 아들들(임종윤·종훈)을 지지하기로 했던 결정에도 감사하고 이제 저와 딸(임주현)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결정에도 감사한 게 가족의 어른이자 어머니인 저의 솔직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과 대주주 가족이 힘을 합쳐 더욱 발전된 한미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 주주(12.43% 보유)인 신 회장이 두 모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1644억원에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과 함께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각자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35% 지분과 직계가족 및 우호 지분을 합쳐 한미사이언스 의결권의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의 부인으로 임 회장이 2020년 8월 별세하면서 곧이어 그룹 회장 직을 맡았다. 그러던 중 올해 초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다 임종윤·종훈 형제의 반대로 좌절됐다.

송 회장은 이후 4월에 차남 임종훈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가 됐고 다음달 한미사이언스가 임종훈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하면서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신동국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과 동향이자 고교 후배로 30여년 전부터 그룹 지분을 보유하는 등 인연을 맺어 왔다. 올해 초 송 회장 모녀가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할 때에는 이에 반대하며 임종윤·종훈 형제 측을 지지했다.

한편 한미약품이 최근 제기된 홍콩 코리그룹과 북경한미약품 간 부당내부거래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코리그룹은 한미약품그룹 오너 2세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사내이사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최근 한 언론은 코리그룹의 계열사 룬메이캉이 한미약품 자회사인 북경한미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의 중국 내 유통을 담당하는 것과 관련해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지난 5일 임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내부 조사 착수를 알렸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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