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해병대원 특검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가로지르는 핵심(cross-cutting) 이슈가 되고 있다. 한동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해병대원 특검의 특검 추천의 주체 등을 바꾸고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으로 여기는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통과시킨 특검법의 특검 주체와는 달리 대법원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주자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기존의 여권 입장과는 명백하게 차별화된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친윤 대 비윤의 대결구도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여권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를 하고 있으니 수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에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원론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여야의 첨예한 정쟁적 사건을 모두 특검에 맡긴다면 검찰은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권 자체를 폐지한다면 몰라도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검찰과 수사기관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해병대원 수사는 공수처에서 진행하고 있고,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 때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주도해서 만든 수사기관이다. 따라서 공수처를 믿지 못해 특검으로 가자는 건 자가당착이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의 각종 수사도 이미 검찰이 아닌 특검이 했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논리로 접근한다면 국민의힘과 여권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해병대원 순직은 지난해 7월 19일 일어난 사건이다. 1년이 다 되어서야 겨우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회수해 간 8월 2일의 통화 내역만 확보되었을 뿐이다. 게다가 공수처는 기소권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대통령의 외압 여부다. 공수처 등 국가기관에서 수사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한 특검 찬성 여론이 높은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어차피 해병대원 특검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이고, 윤 대통령은 또다시 국회에 재의 요구(거부권)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공수처 수사 이후에 결과를 보고 특검을 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사안의 해법은 대통령의 무조건적인 재의요구권 행사에 있지 않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용과, 여당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재의(再議)해서 여야 합의로 새 특검법을 만드는 것이 해법이다. 물론 민주당은 입법권력을 믿고 특검 추천의 주체와 여타의 조항을 자신들의 뜻대로 통과시키기를 원하겠지만, 여권이 절충의 의사를 보인다면 이에 응하는 게 절대적 과반을 확보한 다수 세력의 관용의 정신과 민주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

문제는 여권이 절충의 의지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특검 자체를 부정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국민의 상당수 의사에 조응하는 게 아니다. 해병대원 특검을 밀어붙이는 야당에게 정쟁적 요소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여야 모두 정쟁의 틀에 갇혀있기는 마찬가지다. 어차피 여야는 수장들의 사법리스크를 마주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사안들을 보는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일 수밖에 없다.

야당의 입법 만능주의, 특검의 과도한 발의 등은 비판받을 논거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도 ‘다수의 횡포’로 보일 수 있는 민주당의 행태가 동력을 잃지 않는 이유를 여권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여권 쇄신의 부재와 무능 탓에 민주당 이 대표의 방탄을 의식한 듯한 민주당의 행태와 과도한 ‘일극체제’가 굴러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여권이 ‘공수처 수사 이후 특검’의 논리를 되뇐다면 국민 일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이러한 연장에서 한동훈 후보의 ‘국민의힘 특검 발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을 지닌다. 또한 수평적 당정관계, 당정의 상호 견제와 비판을 언급한 것은 분명 진전된 입장이다. 이러한 여권 내의 입장은 주류의 입장은 아닌 게 분명하다. 해병대원 특검은 대통령의 사법 문제와 연관될 수 있는 예민하고 크리티컬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향후 국민의힘의 당심이 어떠한 방향으로 설정될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분명한 건 양 진영 수장들의 사법리스크가 한국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정치가 정상 궤도로 들어서려면 이러한 사법적 문제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정치’도 ‘사법화’하고 ‘사법’도 ‘정치화’하는 상황에서는 정치가 교란되고 민심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우선 집권여당의 전당대회에서부터 사법적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전제될 때 ‘정치’가 정상화될 수 있는 단초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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