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라그나로크 온라인’ 다운 모바일 게임
2D 도트부터 클래스까지 원작 완벽히 재현

사진=그라비티
사진=그라비티

2002년 국내 상용화를 시작으로 지난 22년간 전 세계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그라비티는 지난 9일 2D MMORPG ‘THE 라그나로크(THE RAGNAROK)’를 국내 정식 론칭했다. 사 측은 “그간 라그나로크 타이틀을 아껴주시는 유저들의 의견을 경청해왔는데, 2002년 론칭한 원작의 감동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는 피드백이 가장 많았다. 이를 반영해 2D 도트 캐릭터와 3D 배경 디자인 조합의 원작을 재현하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THE 라그나로크는 이 같은 개발 비화에 걸맞게 그래픽부터 콘텐츠까지 원작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데 방점을 둔 게임이었다. 기자가 플레이해 본 여느 라그나로크 IP(지식재산) 기반 게임들보다도 원작과 가장 가까운 게임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과거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즐긴 게이머라면 시작부터 향수를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원작의 주요 거점이었던 프론테라 마을부터 6대 직업별 스킬트리까지 완벽하게 재연해냈고, 대미지 폰트나 NPC 등 곳곳에 있는 원작 속 구성 요소들을 찾으며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 출시 기준으로 THE 라그나로크에는 6대 직업 2-1차 전직까지 공개됐으며 향후 4차 전직까지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원작의 핵심 시스템인 카드 장착은 물론 기자의 유년 시절을 괴롭혔던 강력한 보스들과도 재회할 수 있었다. 아직 플레이해 보진 못했으나,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공성전’도 원작 맵과 규칙을 100% 구현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를 대비해 많은 유저들이 길드를 창설하고 길드원들을 부지런히 모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래소’ 시스템 역시 모바일에 맞게 재구현했다. 원작과 달리 노점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접근성을 한층 높이고 거래 대기 시간 없이 즉시 거래가 이뤄지도록 했다. 

향수는 눈이 아닌 귀를 통해서도 느껴졌다. 프론테라·모로크 등 게임 속 마을마다 특색에 맞는 오케스트라 BGM을 적용했으며, 광고 영상에는 과거 라그나로크 OST를 직접 불렀던 이승연님의 프론테라 테마곡이 사용됐다.

모바일 게임에 맞는 각종 편의성 시스템 덕분에 육성 속도나 템포는 원작 대비 빠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특유의 찰진 타격 사운드는 여전하지만, 수동 플레이를 요구하는 콘텐츠 자체는 그리 많지 않기에 손맛을 그리워하는 유저라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레트로와 촌스러움은 한 끗 차이라고도 한다. 그래픽이나 인게임 구성 요소들은 원작의 그것을 잘 구현해냈는데, 올드하거나 정렬되지 않은듯한 글씨체들이 감성을 깼다. 이는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게임들에서 공통되게 발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라그나로크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IP이다 보니, 그라비티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신작 게임을 해외에 선출시하고 국내에 후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THE 라그나로크 역시 ‘라그나로크 초심지전’ 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 대만·홍콩·마카오에 선출시 됐던 타이틀이다. 이후 국내 출시하는 과정에서 글씨체나 번역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생긴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이를 일일이 신경 쓰고 검수하는 것은 상당한 품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외산 게임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이기도 하다.

비록 아쉬운 점도 일부 있지만, 그럼에도 THE 라그나로크는 한 번이라도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즐겼던 게이머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타이틀이다. 프론테라를 가득 채웠던 노점은 사라졌어도 그때 그 당시를 한껏 추억하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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