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신화 견인한 조길현 대표이사

‘쿠키런’ 게임 개발사 데브시스터즈가 중대 기로에 섰다.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겪은 회사는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본사 대상 희망퇴직 프로그램까지 가동했다.

부침에 빠진 데브시스터즈는 변화를 택했다. 회사를 10년 넘게 이끌어온 이지훈·김종훈 공동대표 체제가 끝나고 여태껏 데브시스터즈의 성장을 뒷받침한 4인의 핵심 리더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주인공은 배형욱 최고사업책임자, 이은지 최고IP책임자, 임성택 최고재무책임자. 그리고 조길현 신임 대표이사였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과 출신인 조 대표는 에듀플로와 나우콤(현 아프리카TV)을 거쳐 2012년 8월 데브시스터즈에 합류했다. 이때 그의 나이 24세. 스타트업이었던 데브시스터즈는 투자금이 다 떨어져 존폐 위기에 놓여있었다. 조 대표는 “70명 정도였던 인원은 부득이한 감축 끝에 12명이 됐다. 망하기 직전이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파국으로 치달았던 회사 사정은 조 대표가 총괄한 게임이 출시된 후 급반전됐다. ‘국민 게임’으로도 불렸던 이 타이틀은 오늘날 데브시스터즈의 근간이 된 ‘쿠키런’ IP(지식재산권) 첫 타이틀 ‘쿠키런 for 카카오’였다.

데브시스터즈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어려움에 봉착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결 기준 6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으며, 상장폐지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하기도 했다.

수렁에 빠진 회사를 건져올린 건 이번에도 조 대표의 창작물이었다. 그와 이은지 현 최고IP책임자가 공동으로 디렉팅 모바일 RPG ‘쿠키런: 킹덤’은 2021년 출시 직후 폭발적인 흥행을 거뒀고, 이에 힘입어 2020년 710억원 수준이었던 데브시스터즈의 연 매출은 2021년 3693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사진=데브시스터즈
사진=데브시스터즈

“‘쿠키런 for 카카오’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국민 게임 반열에 올리는 순간에도,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역주행을 만드는 순간에도, 회사가 또 다른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쿠키런: 킹덤’으로 큰 성과를 거두던 순간에도, 저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위기를 극복할 저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제가 그 장면들을 계속 함께 만들어와봤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내정자 자격으로 참석한 그는 이같이 공언했다. 위기 상황마다 히트작을 탄생시켜온 조 대표는 이제 게임 개발자가 아닌, 최고경영자로서 곤경에 빠진 데브시스터즈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작년 출시했던 ‘탈(脫) 쿠키런’ 게임들이 잇따라 실패하자, 데브시스터즈는 다시금 본인들의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무기인 ‘쿠키런’에 초점을 맞춘 상태다. 지난 3월 출시된 모바일 퍼즐 게임 ‘쿠키런: 마녀의 성’을 포함해 연내 총 3종의 ‘쿠키런’ IP 기반 신작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우선 3D 캐주얼 협동 액션 게임 ‘쿠키런: 모험의 탑’이 다가오는 6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실시간 배틀 아레나 ‘쿠키런: 오븐스매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두 게임의 성적은 올 한 해 데브시스터즈 농사를 결정지을 주요 승부처로 꼽힌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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