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렉스(HyREX) 수소환원제철 개념도. 사진=포스코
하이렉스(HyREX) 수소환원제철 개념도. 사진=포스코

철강업계가 오늘날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단연 ‘탄소중립’이다. 국내외 유수의 철강사들이 각각의 기술력을 활용해 경쟁적으로 탄소 절감에 힘쓰고 있는데, 이 같은 노력들은 모두 ‘꿈의 기술’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 도입까지의 징검다리로 여겨진다.

순수한 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철광석으로부터 산소를 분리해야 한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바로 ‘환원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존 용광로(고로) 공정에서는 환원제로 석탄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쓰고 있으며, 이 과정 속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게 된다.

반면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환원제로 수소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산화탄소 대신 물을 배출하는 만큼, 획기적인 탄소 감축을 기대할 수 있으며 사실상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철강업계의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관련 상용화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는 수소를 활용한 제철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최대 1935억엔을 예산으로 할당했으며, 일본제철을 필두로 JFE스틸과 고베제강 등이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스웨덴 철강사인 SSAB는 철광석 생산기업 LKAB와 에너지기업 바텐팔과 협력해 이미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적용한 ‘하이브리트(HYBRIT)’ 파일럿 설비를 가동 중이다.

국내 철강사 중에서는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전 단계에 해당하는 ‘파이넥스(FINEX)’ 설비 기술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하이렉스(HyREX)’ 기반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며, 관련 시험설비를 2026년에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다만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환원로의 온도제어 ▲폭발성 고온 수소의 안정성 확보 ▲안정적 수소·에너지 공급 등, 해결해야만 할 기술적 난관들이 산적해있다. 실증을 거쳐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선결과제다. 수소환원제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는 등의 정책적·제도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스코가 계획 중인 수소환원제철 공장 부지의 위치도.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계획 중인 수소환원제철 공장 부지의 위치도. 사진=포스코

이에 산업부는 오는 7월 탄소중립 기술개발 사업 연구 수행기관을 선정, 기술개발 지원에 본격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2030년까지 총 9352억원이 투자되는 탄소중립 산업 핵심 기술개발 사업 중에서도, 1204억원을 수소환원제철을 포함한 철강업계의 관련 기술 개발에 집행한다.

지난 14일 포항제철소를 직접 방문해 철강업계와의 간담회를 가진 황수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수소환원제철을 상용화하기 위한 철강업계의 의지와 기술적 잠재력을 확인한 만큼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해서 지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설계기술과 2030년까지 100만톤급 실증설비 개발을 완료하는 한편, 상용화 부지를 포항제철소에 새롭게 조성해 2050년까지 현재의 탄소 기반 제철 설비를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포항제철소 내 공장 부지는 포화 상태에 놓여있는 상태로, 수소환원제철 및 관련 설비 건설을 위해서는 포항제철소 인접 공유수면에 135만㎡(41만평) 규모의 매립이 필요하다는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목표하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현실적으로 수소환원제철 용지 조성 사업이 내년 4월까지 착공한 후 2041년까지 완료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1일 포스코가 지자체와 협의하고 주민의견 청취를 위한 합동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일부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끝내 취소된 바 있다. 포스코는 시민들이 요구한 자료집을 마련하는 등의 의견 수렴 및 보완 절차를 거쳐 재차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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