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코인 보유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이 평소 검소한 생활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코인 투자로 1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 점에 대한 비판이 거셉니다.

또한 김 의원의 사태 초기 대처 방식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습니다. 김 의원은 처음 코인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한동훈 검찰의 얄팍한 술수”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코인 투자를 마치 불법적인 것으로 몰아가는 윤석열 검찰 정권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강조하며 선수를 쳤습니다. 이런 프레임은 민주당 지지층이 ‘객관적 팩트’를 분별할 기회를 잃게 하고 사태를 ‘정치적으로만’ 해석하게 만들어 무의식적인 반발만 초래합니다.

민주당 지도부 또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고 악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당 지도부는 김 의원이 “불법 거래가 없었다. 정치생명과 전 재산을 걸겠다”고 밝히자 사태 수습을 ‘개인’에게 맡기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선우 대변인은 ‘당의 입장은 아직 따로 없는 건가’라는 질문에 “지금 소통하고 있는 단계다. 지금 현재 상황은 관련해서 상황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는 그런 단계”라고 밝혀 시간이 지나 사태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린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김 의원 코인 투자에 대한 의혹들이 고구마줄기 뽑듯이 계속 불거져 나오자 결국 당 지도부는 여론에 떠밀려 김 의원 코인 투자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수습에 나섰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 뭉개기와 시간끌기는 민주당이 정치인의 윤리의식과 도덕성에서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좋은미래 긴급토론회 '민주당 혁신의 시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좋은미래 긴급토론회 '민주당 혁신의 시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래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혁신의 시작’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보유 논란’ 등의 악재가 연속적으로 터지자 그 해결책과 쇄신책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하게 마련된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에 대해 ‘도덕성 불감증 정당’이라는 쓴소리와 함께 비리 연루자에 대한 과감한 선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습니다. 먼저 민주당에 근본적인 ‘정풍운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부패 문제와 관련한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기준이 없거나 무력화됐다는 점이다. 비리 연루자에 대한 과감한 선제적 조치와 대대적 정풍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의 ‘정풍운동’ 뿌리는 지난 2001년 김대중 정권 때 당시 실세그룹이었던 동교동계 권노갑 전 의원 등의 전횡을 타파하기 위해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의원 등이 주도한 대표적인 쇄신바람이었습니다. 그 여파로 동교동계는 2선으로 물러나고 김대중 정권의 개혁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때를 반면교사 삼아 현재의 민주당도 제 2의 정풍운동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김 수석에디터는 최근의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코인 보유 논란 등의 사태 원인에 대해 “민주당은 외부에서 보기엔 이미 도덕성 불감증 정당이다. 모든 걸 검찰의 음모로 치부하는 당 분위기와 당내 온정주의,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고루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정치의 기본적 윤리성 회복을 강조했습니다. 안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로부터 이어진 윤리적 정당이란 브랜드가 훼손되는 순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것을 회복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승리하지 못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이재명 당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에 이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수십억원대 가상자산 투기 의혹’ 등 일련의 도덕성 추락 논란과 윤리의식 감수성 해이가 심각함에도 당내 위기의식은 갈수록 무감각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 ‘관리’의 고질적 병폐인 팬덤 정치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습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팬덤 정치를 극복하고 당내 다양성과 민주성을 제고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김 소장은 “정치적 대표성이 ‘노사모’와 ‘대깨문’에서 ‘개딸’로 대체되면서 당의 다양성이 억압되는 형태로 작동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팬덤 정치는 수권정당으로서의 지지 기반 확대에 현실적인 걸림돌”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강훈식 ‘더미래’ 대표는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 도덕성 위기에 대해 공감하고 원인을 깊게 복기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2001년 새천년민주당 소장파의 당내 개혁운동인) 정풍운동과 (2004년 ‘차떼기’ 파동 당시 한나라당의) 천막당사의 결기가 필요한 때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민주당 의원 ‘입’에서 ‘박근혜 천막당사’까지 소환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록 탄핵을 당한 최초의 국가원수이긴 하지만 2004년 차떼기 파동으로 당이 와해 수준까지 폭망하자 당사를 긴급 처분하고 여의도 한 복판에 천막을 짓고 추락한 도덕성에 대한 참회와 당의 쇄신운동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적극 실천하려 했습니다.

그때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현판을 들고 천막당사로 이동하는 장면은 당의 쇄신의지에 대한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에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에서 50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21석을 얻는 ‘기적’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여의도 천막당사는 모래바람이 천막에 수시로 들이닥쳐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지만 부패정당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당직자들과 의원들의 ‘정풍 의지’가 ‘유례없이’ 뜨거웠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안병진 교수는 “도덕적 진실성(인테그리티)을 잃어버리면 보수는 생존할 수 있어도 진보는 절대 생존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기식 전 의원은 “정치집단이 국민적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시작하면 백약이 무효”라고 진단합니다. 민주당은 그들이 탄핵에 앞장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천막당사 쇄신운동’까지 언급할 정도로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버틴다면 ‘제 2의 대선 패배’를 또 다시 겪을지도 모릅니다. 민주당은 붕괴한 도덕성의 잣대를 다시 세우는 것에서부터 정풍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비록 쇼일지라도 ‘민주당판 천막당사’를 기대해봅니다.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파이낸셜투데이 성기노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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