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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원 개발은 도박 아니면 사기? [김기성의 재계 포커스]

국내 기업 니켈 광산 독점판매권 확보하고도 무산 위기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기 이후 비관적 견해 우세 자원개발은 꼭 필요한 일, 정부의 도움도 필요

2024-08-22     김기성 기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며칠 전 딱한 처지의 코스닥 상장 기업인을 만났다. 필리핀에 있는 대규모 니켈 광산의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사업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광산 개발이라고 하면 모두가 사기나 도박으로 보는 바람에 증자를 통해 마지막 잔금을 치르려던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고 하소연했다.

◆ 니켈 광산 독점 판매권 확보했지만 유상증자 통한 자금 마련 난관

이 회사가 확보한 필리핀의 니켈 광산은 노천 광산으로 면적이 2700ha에 달한다. 니켈 원광 기준으로 3억톤 정도 채굴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광산을 개발하고 있는 필리핀 기업과 계약을 맺어 10%의 지분과 함께 독점판매권을 확보해 매출의 5%를 갖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돈으로 160억원에 달하는 돈을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지불했고 나머지 140억원을 잔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회사 계약금과 중도금은 어렵게 마련했지만 나머지 잔금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반대에 부딪혔다. 일부 주주들이 사업 자체를 믿지 못 하겠다며 SNS에 각종 악플을 달기 시작한 것이다, 한 마디로 “웬 광산?”, “주가 조작범 아닌가?”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주주들을 상대로 원하면 현장탐방을 주선하겠다는 강수를 뒀지만, 실제로 니켈 원광을 팔아서 매출이 나타나기 전에는 주주들의 의심을 가라앉히기 힘들어 보인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반응이다.

이 회사는 결국 유상증자 일정을 연기하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관계자가 총 동원돼 뛰고 있다. 그러니까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인 셈이다.

◆ 해외자원개발, 도로 항만 등 인프라와 제련 시설 확보가 중요

사실 개발도상국에서 자원 개발은 광업권을 획득했다고 사업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광산으로부터 원광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도로가 개설돼 있어야 한다. 만약 항구까지 도로를 개설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또 원광석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는 5만톤급 이상의 벌크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 시설도 필요하다. 만약 항만이 여의치 않으면 벌크선까지 운반하는 5천톤급 이상의 바지선이라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 뿐이 아니다. 원광석을 1차적으로 처리할 제련소도 확보해야 한다. 앞에서 예로 든 니켈의 경우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노천광산에서 채굴되는 니켈 원광은 고압과 산을 이용하는 HPAL((High-Pressure Acid Leaching) 방식을 이용해 니켈 수산화 침전물(NHP : Nickel Hydroxide Precipitates)을 생산해 최종 제련소로 보내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많은 전기가 필요하고 환경 위해 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만약 이런 제반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면 광업권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하고, 광업권을 확보했다는 말만 믿고 덜컥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정도 위험 요소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공부하거나 따져보면 알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문제가 된 이 회사도 주주들을 상대로 “정 믿지 못하겠다면 와서 확인해 보자”고 나섰다고 한다.

◆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부정적 시각 극복해야

자원 개발은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이라는 점에서 ‘도박’의 확률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자원 개발이라고 하면 도박이 아니라 ‘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 같다.

여기에는 광산 개발과 관련해 좋지 않은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2013년에 발생한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광산 사기다. 매장량을 부풀린 보도 자료로 주가를 띄운 뒤 보유지분을 매각해 800억 원을 챙긴 사건이다. 이후에도 금광 개발을 내세운 사기 등 수많은 광산 개발 사기가 이어지면서 자원 개발, 특히 해외자원개발이라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게 정석으로 굳어진 모양새다.

하물며 정부가 발표한 영일만 ‘대왕고래 프로젝트’조차 의심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민생안정을 내세우며 13조원을 퍼주자면서도 시추공 하나 뚫는 데 들어가는 1000억원은 아깝다는 견해를 내세우는 것도 근본적으로 자원개발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원 확보가 중요하다. 2차 전지를 비롯한 각종 첨단 산업에서 자원은 필수적인 요소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간 차원의 해외 자원개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민간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기도 당시 외교통상부가 사기업의 자원 개발과 관련해 부풀려진 매장량을 보도 자료로 배포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 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해 정부가 일정 부분 도움을 주는 방안은 필요한 시점임에 분명하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