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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알짜 지분 32만원에 내놓은 까닭

어닝쇼크에 수천억원대 풋옵션 겹쳐...크래프톤 알짜지분 처분 수순 2700억원 규모 EB발행...1주당 교환가액 32만4027원 크래프톤 목표주가 41만원...주가 오를수록 배 아파진 카카오게임즈

2024-08-07     김건우 기자

카카오게임즈가 재무적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27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크래프톤 보유지분 전량을 대가로 내놓게 됐다.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채권자 측이 교환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향후 크래프톤 주가가 크게 오를 경우 카카오게임즈는 막대한 잠재적 차익을 잃게 된다.

아울러 크래프톤은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에 약 160억원의 이익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이는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 113억원을 덮는 수준이다. 최근 영업실적 악화 흐름 속 알짜 투자지분에서 파생되는 이익마저 담보로 잡힌 셈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전일 2700억원 규모의 EB발행을 결정했다. 교환 대상은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크래프톤 지분 전량(83만3330주, 1.74%)이다. 

교환가액은 기준시가에 15%의 할증률을 적용한 32만4027원이 됐다. 사채의 금리는 0% 무이자로 책정됐다. 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능 시점은 발행예정일(8월19일)로부터 30개월 후인 2027년 2월 19일이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2700억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을 무이자로 장기간 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차입의 관점에서만 보면 발행사 우위의 계약에 해당한다.

문제는 사채권자의 교환권 행사에 따른 손익계산이다. 교환사채는 교환대상 지분의 주가 변동에 따라 평가손익이 결정된다. 크래프톤의 주가가 향후 약정된 교환가액(32만4027원) 이상으로 뛸 경우 채권자들은 해당 시점에 교환권을 행사해 차익을 얻는다.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반대로 카카오게임즈는 채권자들의 평가차익에 반비례적으로 평가손실을 보는 구조다. 주가가 크게 뛸수록 막대한 잠재적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회사 측이 얻는 최대한의 이익이 당장 이자를 지불하지 않는 차입 수준이라면, 잠재적으로 잃을 수 있는 미래가치 규모는 당장 짐작하기가 어렵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7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내며 카카오게임즈에 125억원 규모의 지분법 이익을 안겨준 바 있다. 올해 역시 게임업계 전반의 실적이 침체된 가운데 홀로 호실적을 내고 있다.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659억원, 영업이익 3105억원의 역대급 기록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6%, 9.7%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에서도 크래프톤 주가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크래프톤의 목표주가를 41만원 수준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의 EB 투자자들이 1주당 약 32만원, 제로금리 등의 파격적 조건에 기꺼이 동의한 배경이기도 하다.

카카오게임즈가 크래프톤 지분을 매물로 내놓은 주요 원인은 당면한 자금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영업실적이 악화하며 현금흐름상 유출이 전망되는 가운데, 기발행 전환사채(CB)의 상환요구까지 겹치면서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356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09%, 89.43% 급감한 ‘어닝쇼크‘ 수준의 수치다.

회사의 1분기말 보유 현금성 자산 규모는 7337억원에 달했으나, 2분기 들어서 1회차 CB의 채권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수천억원대의 상환 요구가 발생했다. 지난 4월초 3708억원이 먼저 상환됐으며, 현재 미상환 잔액 규모가 925억원에 달한다.

조혁민 카카오게임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지속적인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자 보유 중인 타회사주식을 기초자산으로한 교환사채발행을 결정했다”며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와 글로벌확장을 위한 투자를 대내외적 상황을 주시하며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