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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보이드 ‘프로젝트 DNA’, 내 유전자가 인류의 구원이라면 [FT브릿지]

강은성 슈퍼진스·슈퍼보이드 대표 인터뷰 유전·진화가 핵심인 AAA급 PC MMORPG “여태껏 없었던 새로운 게임 만들고 싶어”

2024-08-08     채승혁 기자

처음 들어본 이름의 게임사에서 AAA급 PC 오픈월드 MMORPG를 개발한다는 채용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연락을 시도했고, 7일 오전 무작정 선릉역 인근 사무실을 찾았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돼 정리가 한창인 와중에도 강은성 슈퍼보이드 대표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2년 전부터 슈퍼진스에서 새 프로젝트를 준비해오던 강 대표는 최근 개발을 본격화하기로 마음먹고 자회사 슈퍼보이드를 설립했다. ‘프로젝트 DNA’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의 PC 오픈월드 MMORPG로, 강 대표가 무려 10년 전부터 구상해온 프로젝트라고 한다.

DNA라는 프로젝트 명칭에 걸맞게 핵심 시스템은 ‘유전’과 ‘진화’다. 게임에 생성되는 모든 캐릭터들은 고유의 유전자를 지닌다. 각 캐릭터의 외형은 물론 능력치도 상이하다. 이후 이 최초의 유전자들이 다윈의 ‘진화론’처럼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더 강력하고 다양한 성능의 유전자로 진화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에 보시면 <얼터드 카본>이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육체를 배양해서 기억을 옮기는 이야긴데요. 프로젝트 DNA도 같아요. 세대를 거치며 더 좋아진 유전자가 더 능력 있는 육체를 만들면, 기존 레벨과 스킬 등 기억은 이어받으면서 육체만 바꾸는 거죠. 어떻게 보면 장비와 같은 거예요.”

세대를 거치면서 진화를 거듭한 DNA는 추출 후 거래할 수도 있다. 내 캐릭터의 유전자가 전체 유저, 그리고 서버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셈이다. 외형 커스터마이징 기능도 최소화한다. 예컨대 파란 눈의 캐릭터를 갖고 싶다면, 파란 눈 유전자를 열심히 얻고 여러 세대를 거치며 이상적인 외형을 만들어야만 한다. 내 유전자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알 수 있는, 일종의 가문 내지 족보 시스템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여타 MMORPG에 있는 대검이나 장궁 등 익숙한 무기들을 프로젝트 DNA에선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이유를 묻자 강은성 대표는 “먼 미래에 초능력을 쓰는데 무기를 쓰는 게 더 어색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대신 마법을 시전하는 손에 씌울 글러브나 캐릭터 등판에 착용할 마법 증폭기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시스템이 독특한 만큼 레퍼런스로 삼을만한 게임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전반적인 분위기는 ‘헬다이버즈2’를 일부 참고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경관과 아트는 ‘데스 스트랜딩’, 초능력을 쓰는 원거리 중심의 전투 시스템은 ‘포스포큰’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재밌는 점은 이 게임들 중 정작 MMORPG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희가 만들려고 하는 게임이 대중적인, 누구나 좋아하는 게임은 분명 아닐 것이라 생각해요. 10명 중 7~8명이 ‘어느 정도’ 좋아할 만한 게임이 아니라, 10명 중 2~3명이라도 ‘굉장히’ 좋아할 만한 매니악한 감성의 게임을 만들고자 합니다.”

론칭 기준 100제곱킬로미터(㎢) 규모의 방대한 오픈월드에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개척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초로 특정 지역에 들어서거나, 새로운 마을을 발견하는 등 과거 클래식 MMORPG에서나 느끼던 원초적인 카타르시스를 다시금 게이머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다. 오픈월드 맵뿐만 아니라 보스 레이드 등 인스턴트 던전도 30개 이상 구현할 예정이다.

플랫폼의 경우 콘솔로의 확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모바일은 일체 배제하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프로젝트 DNA의 핵심 방향성인 ‘수동 조작의 재미’를 온전히 전달하기 힘들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또 모바일 구현을 위해 게임 퀄리티에서 타협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

북미·유럽 등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해당 권역에서 거부감이 극도로 높은 ‘페이 투 윈(돈을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은 지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아바타나 캐릭터 성형 등 능력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설계할 계획이다.

안전 지대를 벗어나 마을 바깥으로 나가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한다. 마스크에도 수명이 있어 한 번에 다닐 수 있는 거리는 한정적이다. 정화 타워를 활성화시키면 인게임 속 인류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

현재 강 대표가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 DNA의 론칭 시기는 2027년이다. 이제 막 법인을 설립하고 첫발을 뗀지라 갈 길은 멀지만, 팀은 제법 빠른 속도로 세팅되고 있다. 벌써 25명의 식구가 모였고 향후 60명까지 충원할 예정이다.

“목표는 세계 1위 게임사도,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프로젝트 DNA는 어떻게 보면 프로그래머 출신인 제가 20여 년의 개발 경력 중 처음으로 기획부터 관여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웃음), 그저 유저분들이 즐기실만한 정말 새로운 게임. 그리고 개발하는 우리부터가 자부심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에는 과거 그가 대표직을 맡았던 이야소프트, 그리고 중단됐던 ‘프로젝트 딜라이트’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저한텐 아쉬운 경험이었죠. 기다리시던 유저분들에겐 여전히 죄송한 마음뿐이에요. 너무 오래돼서 쉽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오면 프로젝트 딜라이트 개발을 다시 해보고자 하는 생각은 계속 갖고 있어요.” 강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